채근담3
1. 일이 뜻과 같지 않음이 있으면 반드시 그 허물을 자신에게서 구하여야 한다. 반성은 곧 내 몸을 바로잡고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약이 되고, 허물은 남에게로 돌리는 것은 자기 양심을 속이고 재앙을 부르는 동기가 된다.
2. 기틀 속에 기틀이 있고 이변 밖에 도 이변이 생기나니, 사람의 지혜와 재주를 어찌 족히 믿으랴.
3. 물은 물결 아니면 절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리지 않으면 절로 맑다. 그러므로 마을을 애써 맑게 할 필요 없이 그 흐리게 하는 것을 없애버리면 맑음이 절로 나타나며, 즐거움도 반드시 찾을 것이 아니라 그 괴롭게 하는 것을 버리면 즐거움이 절로 있으리라.
4. 내 몸이 귀하게 되어 남이 나를 받듦은 이 높은 관과 큰 띠를 받드는 것이며, 내 몸이 천하게 되어 남이 나를 업신여김은 이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디 나를 받듦이 아니니 내 어찌 기뻐하며, 본디 나를 업신여김이 아니니 내 어찌 노여워하리오.
5. 일을 의논하는 이는 몸을 일 밖에 두어서 이해(利害)의 실정을 알아야 하고, 일을 맡은 이는 몸을 일 안에 두어서 이해의 생각을 잊어야 한다.
6. 마음이 물욕에 사로잡힘이 없고, 남을 혹독하게 부려서 극도로 괴롭히는 일이 없고, 물건의 힘도 남겨두어 모두 뽑아쓰지 않는다면, 천지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7.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몸가짐을 지나치게 결백하게 하여 다른 사람과 섞이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과 사귐에 있어 옳고 그름을 너무 분명하게 가려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선악, 현명하고 어리석음, 더럽고 때묻음을 가리지 않고 넓은 가슴으로 모두 포용하고 生成化育한다
8. 학문과 덕행이 높은 이가 나를 꾸짖어 바른길로 가게 한다면 그것은 나도 군자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포용한다면 그것은 내 보잘것없음을 너그럽게 보아주기 때문일 뿐이다.
9. 남에게서 받은 큰 은혜는 갚을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원한은 조금만 있어도 보복을 하고야 만다. 이것은 극히 각박한 행위이므로 깊이 경계해야 한다. 은혜는 갚아야 하고, 원한은 잊어야 하며, 선과 악은 분명히 가려야 한다.
10. 총명과 재능을 깊이 감추고 실력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리는, 그릇이 크고도 무게 있는 자만이 큰 일을 맡을 수 있다. 변변찮은 총명을 드러내고 잔재주를 자랑하는 사람은 별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