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무엇이든 고향으로 돌아간다
텅 빈 상태를 유지해야 오래 가고, (致虛, 恒也)
중을 지켜야 돈독해진다. (守中, 篤也)
만물이 다 함께 번성하는데, (萬物竝作)
나는 그것을 통해 되돌아가는 이치를 본다. (吾以觀復)
만물은 무성하지만, (夫物芸芸)
제각각 자신의 뿌리로 돌아간다. (各復歸其根)
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일러 정이라 하는데, (歸根曰靜)
명을 회복한다는 말이다. (是謂復命)
명을 회복하는 것을 늘 그러한 이치라 하고, (復命曰常)
늘 그러한 이치를 아는 것을 명이라 한다. (知常曰明)
늘 그러한 이치를 알지 못하면, (不知常)
제멋대로 나쁜 일을 하게 된다. (妄作凶)
늘 그러한 이치를 알면 포용하게 되고, (知常容)
포용력이 있으면 공평하게 되며, (容乃公)
공평할 줄 알면 왕 노릇을 할 수 있다. (公乃王)
왕 노릇을 하는 일은 곧 하늘에 부합하는 것이며, (天乃道)
하늘에 부합하는 일이 곧 자연의 이치이다. (天乃道)
자연의 이치대로 하면 오래 갈 수 있으며, (道乃久)
죽을 때까지 위태롭지 않다. (沒身不殆)
노자는 성인들을 통해 계승되고 보강되는 전통을 통해서도 아니고, 의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난 후에 얻어진 이성을 통해서도 아니며, 절대자가 부여한 영혼도 아니고, 오직 구체적인 눈앞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운행 모습을 보고, 그 안에서 자연계의 운행원칙을 찾아내었다.
고요한 상태로 돌아가는 현상은 또 命 즉 이 세계의 운행 원칙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끝이나 단절이 아니다. 운행 원칙이란 반대편을 향해 부단히 움직이는 과정이며,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항상성, 즉 언제나 그러한 원칙인 것이다.
관계와 변화 속에 있는 세계의 진상과 전체적인 국면을 파악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라고 노자는 생각했다. 쉽게 말하면 무엇을 인식한다고 할 때, 그 대립면까지 포착하고 운동하는 과정까지를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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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19:03
빔에 이르기를 지극하게 하고 (至虛極)
고요함을 지키기를 돈독하게 하라 (守靜篤)
만물이 더불어 함께 자라는데
나는 돌아감을 볼 뿐이다.
대저 만물은 풀처럼 무성하게 자라지만
제각기 또다시 그 뿌리로 돌아갈 뿐이다.
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일컬어 고요함이라 하고
또 이것을 일컬어 제명으로 돌아간다 한다.
제명으로 돌아감을 늘 그러함이라 하고
늘 그러함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 한다.
늘 그러함을 알지 못하면 망령되이 흉을 짓는다.
늘 그러함을 알면
온갖 것을 포용하게 되고
포용하면 공평하게 되고
공평하면 왕도에 천하가 귀순하듯 만물이 귀순한다.
만물이 귀순하면 하늘과 동행하는 것이요,
하늘과 동행하면 도에 들어맞는다.
도에 들어맞으면 장구한 시간을 견딘다.
내 몸이 다하도록
위태롭지 아니하다. -
2021.05.25 20:33
비워 내고 비워 내 텅텅 비게 하라.
고요하고 고요해 도타움을 지켜라.
만물이 모두 아울러 이루어지는구나!
내가 그 만물이 되돌아감을 가만히 살펴볼 때
무릇 무엇이나 무럭무럭 피어나 저마다 본래의 뿌리로 되돌아가는구나.
뿌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고요함이라고 한다.고요함을 명에 따르는 것이라고 한다.
명에 따르는 것을 변함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변함이 없는 것을 아는 것이 밝음이라고 한다.
변함이 없는 것을 모르면 경망스러워 흉한 짓을 범한다.
변함이 없는 것을 아는 것을 포용이라고 한다.
변함없음을 아는 것은 두루 통하는 것이며,두루 통하는 것은 왕복하는 것이고,
왕복하는 것은 하늘이며,
하늘은 어디서나 통하는 길이고,
그 길은 영원하다.
그러면 몰락하게 하려는 것이 있다 해도 자신은 위태롭지 않다.
※ 인간이 욕망으로부터 완전히 떠난다면 그것이 곧 虛요, 靜이다. 맑고 밝은 마음이라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안타까워할 것인가? 당당하고 떳떳할 뿐 거리낌없이 생을 누릴 수 있는 자유보다 더한 자유는 없다. 그리고 그러한 자유를 누리다 하염없이 돌아갈 곳이 있음을 깨우친다면 태어났다고 기뻐할 것도 없고 죽었다고 슬퍼할 것도 없다. 우리는 道에서 왔다가 道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 마음이 욕심의 창고가 되면 마음은 욕심이 빌수록 커지고 욕심이 찰수록 작아진다. 창고에 물건이 그득하면 창고의 빈자리는 줄어들고 물건이 나가면 빈자리가 늘어난다. 이처럼 마음 속에 욕심이란 것이 차면 찰수록 마음은 좁아지고 마음이 좁아질수록 조바심이 나 폭풍을 만난 바다처럼 풍랑이 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속이 텅 비게 되면 빈방처럼 누가 드나들어도 걱정이 없다. 도둑맞을 것이 없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