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우 2018. 9. 24. 21:21

우리는 종종 듣기에는 고귀하고 감동적이지만 실제로는 우습기 짝이 없는 구호를 생각해내곤 한다. 환경보호론자들이 "지구는 하나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어쩌면 무의미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마치 지구가 비눗방울처럼 약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금만 부주의하거나 세심하게 돌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폭발해 산산조각 나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우주의 아주 미세한 푸른색 소행성인 지구는 이미 50억 년 넘게 살아왔을 정도로 견고하고 튼튼하다.

 

무려 50억 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생명체들은 각기 다른 범위의 멸종을 거치면서 한 종이 다른 동물을 대체하며 이어져왔다. 또한 지구는 태양을 마주했다 등지기를 반복하면서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자신의 리듬에 따라 운행해왔다. 우리가 아무리 잘못하더라도 소멸될 수 있는 것은 지구 전체가 아니라 일부 종과 우리 자신들이 살아가야 하는 환경일 것이다. 생각하기 어렵지 않은 미래에 먼저 멸망할 것도 지구가 아니라 인류일 것이다. 지구는 그저 모습을 약간 바꾸고 또 다른 생명의 형식을 받아들여 계속 생존해나갈 것이다. 심지어 지구는 우주를 운행하는 리듬조차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보호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