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이 단순한 질문은 실존주의 철학의 출발점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을 미리 정해진 본질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스스로 본질을 만들어가는 존재라 했다. 이것이 바로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는 말의 의미이다. 하지만 현실 속 우리는 종종 '내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왜일까? 사르트르는 여기에 대해 간명하게 말한다. "타인은 지옥이다."이 말은 흔히 오해된다. 타인이 싫거나 인간관계를 부정하는 말로 들리지만, 본래 의미는 다르다. 사르트르는 타인의 시선이 나를 '규정' 할 때, 나는 내 본질을 잃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내가 누구인지 되어버리는 순간, 나는 내가 아닌 타인의 판단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