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nc파크로 이글스의 시범경기를 보러 큰맘 먹고 내려왔건만 부슬거리는 비에 우천취소가 되어버렸다. 어쩌랴, 기왕 내려왔는데 플랜 B를 가동해야지. 스마트폰으로 이리저리 검색해 보아도 마땅히 시간을 때울 곳이 없다. 다행히 비가 세차게 오지는 않아 산행은 가능하다 싶어 무학산을 알아보았다. 마산, 아니 지금은 창원의 진산인 무학산, 이렇게 일부러 내려오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찾아오기 힘든 산 중 하나이다. 오케이, 선택했다. 꿩대신 닭이라고 오늘은 무학산에 오른다.
막상 결정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준비가 너무 소홀했다. 등산화 대신 얼마 전 구입한 샌들을 신었고 기본적인 등산 장비인 스틱과 장갑도 없었다. 높이는 700미터 정도이지만 그래도 유명한 산이고 도심지 인근 산인데 등산로 정비는 잘 돼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강행을 했다. 무조건 조심해야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하고 시간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730번 버스로 무학산 등산로 입구인 서원곡까지 이동했다. 시간이 1시가 넘어간다. 배는 채우고 가야 했기에 근처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에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때웠다. 혼자 이동하는 동선에는 식당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도 혼밥이 너무 낯설다. 웬만하면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라면, 김밥 등으로 가볍게 끼니를 때우는 게 편리할 때가 많다. 혼자서 다니면 굳이 격식을 차려가며 먹을 필요가 있을까, 회의감이 든다.


그래도 반주가 먹고 싶을 때에는 고깃집 말고 1인분을 따로 챙겨주는 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미각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가 있을까 싶다. 주로 체험이나 시각적인 만족을 택해왔기에 먹는 것은 부차적으로 생각해 왔다. 물론 여럿이 어울려가는 여행에서는 미식을 만족시키는 것이 즐거운 분위기를 띄워준다. 나도 적극 어울리며 노는 것 또한 좋아한다.
무학산을 너무 쉽게 봤다. 1시간 반 정도 이어지는 오르막에서 땀을 꽤나 흘렸다. 역시 준비가 부족한 탓에 힘들다. 어쩌랴, 사고 나지 않게 발목과 다리에 힘을 줘가며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으며 올라간다. 다행히 마산 시내 조망이 나름 깨끗하게 조망된다. 산 자체는 그다지 매력은 없지만 대도시 주위 산들이 다 그렇듯이 도시 조망 하나로 먹고 산다. 이런 맛도 없으면 힘들게 누가 찾아갈 것인가. 날은 흐리지만 그런대로 조망은 나오고 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다에서 불어오는 안개가 짙어진다. 역시나 정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곰탕 그 자체이다. 앞서 올라가 있던 학생들이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불만을 담은 목소리로 소리친다. 어린 친구들의 객기 어린 행동이 귀엽게 느껴진다. 나이 먹은 우리들은 그저 다음에 다시 오면 된다고 체념하며 돌아설 뿐인데.








내려오는 길에 다시 한번 조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안개가 많이 걷혀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도시와 바다의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져 보인다. 그래, 이 맛에 등산을 하지. 힘들었던 몸도 시원하게 혹은 장엄하게 펼쳐진 조망 앞에서 다시 추스르며 힘이 난다. 피로회복제가 따로 없다. 혹자는 우리나라 산의 조망은 다 비슷비슷하다고 신랄하게 말하지만 모든 산이 다 똑같지는 않다. 백두대간의 산이나 도심지 인근의 산이나 동네 산이나 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같은 산을 몇 번이고 찾아가도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는 각기 다르다. 어찌 같을 수가 있으리오.







역시 흔들리는 샌들을 신고 등산을 강행했더니 발바닥과 발목이 시큰거린다. 그래도 어디 아픈데 없이 잘 다녀와 다행이다. 오르막은 물론이고 내리막에서도 한발 한발 신중하게 내딛으며 조심스레 내려왔다. 힘은 갑절로 들지만 다치지 않은 게 어디인가. 들머리에 있는 백운사에 들러 부처님께 무사히 다녀와 고맙다고 삼배를 올렸고 평소와는 다르게 5장짜리로 감사인사를 했다. 그리고 항상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드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