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언저리는 꾸준하게 찾아왔지만 막상 대청봉 정상을 비롯한 등산은 시도해보지도 못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찾아간 설악산의 비선대, 흔들바위를 시작으로 그동안 오색약수터, 백담사계곡,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 정상까지는 둘러보았다. 강원도 속초를 지날 때마다 늠름하고 커다란 울산바위를 쳐다볼 때마다 나에게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는 기분이었다.
왜 그렇게 엄두도 내지 못했을까. 지리산 천왕봉과 마찬가지로 너무 멀고 깊은 산이라 하루 코스로는 힘에 겨워 도전해 볼 용기조차 없었나. 그곳을 찾아가려면 산장을 예약하고 최소한 이틀은 힘들여 걸어야 한다. 혼산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감히 시도해 볼 용기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산들이다. 이렇게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체력은 점차 소진되는 지금, 하루라도 빨리 용기를 내어야 한다. 기다려라.
이번에도 역시 설악산 언저리만 둘러보았다. 아직 사용하지 못한 특별휴가 이틀을 갑작스럽게 써야 할 상황에서 생각난 것이 울산바위였다.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못하고 직접 쳐다만 봐도 힘이 생기는 기운을 느끼고 싶었다. 경혜와 속초에서의 일정을 감안하여 비선대와 울산바위까지만 둘러보기로 했다.
신흥사에서 비선대까지의 산책길은 편안했다. 아직까지는 숲 속 그늘 길이 시원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설렁설렁 올라가다 보니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듯한 지친 등산객들과 많이 마주쳤다. 힘겨운 사투를 마치고 무사히 내려왔다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부럽다. 나의 자리가 그곳인데 말이다. 본격적인 등산로 시작점에 위치한 비선대는 역시 멋있다. 여기까지만 와도 충분히 설악의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







되돌아온 신흥사에서 울산바위로 향했다. 당초 흔들바위까지만 가려고 했는데 기대했던 전망이 나오지 않아 조금 더 올라가 보았다. 이번엔 생각보다 길이 가팔랐다. 아무리 바위라지만 작지 않은 산이지 않은가. 울산바위 바로 아래에는 멋진 전망대가 있다. 다는 아니지만 설악의 속살을 어느 정도 맛볼 수 있다. 공룡능선과 서북능선도 살짝 보이고 무엇보다 웅장한 대청과 중청을 조망할 수 있어 최고였다.








한참을 지켜봤다. 지근거리에서 울산바위의 멋진 모습과, 멀리 설악의 웅장한 모습도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가슴이 설레었다. 마음은 벌써 대청을 향해 발걸음이 옮겨가고 있다. 여기서 이렇게 쳐다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닌데, 그 설악 속으로 들어가 바위 하나 나무 하나 풀 하나를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데... 너무 아쉽다. 시간이 없음을, 용기가 없음을, 체력이 부족함을. 그래도 이렇게나마 올라와 쳐다볼 수 있는 여유와 체력이 받쳐주는 걸 고맙게 생각하자. 기회는 올 거야. 용기를 내어보자고.





